분석가의 책장/독서기록

[그로스해킹] 천리길도 한걸음부터

니나노래방 2024. 11. 24. 21:44

 

처음부터 만들어진 '데이터' 조직은 없다

 

데이터를 처음 공부했을 때의 착각은 '데이터는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것'이라는 점이었습니다. 하지만 분석이란 '데이터를 쌓는 과정'부터가 진짜 데이터 분석의 시작이라는 걸 곧 알게 되었습니다. 손쉽게 다운로드 받아서 사용했던 데이터부터 일일이 손으로 수집했던 데이터까지 다양한 데이터를 접했던 기억이 납니다.

 

데이터분석가로 처음 일을 할 때는 비교적 데이터 환경이 잘 갖춰진 곳에 있었습니다. 데이터 엔지니어가 있고, 백엔드에서 데이터를 안정적으로 만들어주는 환경이었는데요. 그때는 (과거를 까먹고) 이런 조직이 '당연하다(?)'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. 책에서 언급한 이런 조건들이 대부분 달성되었기 때문이죠.

 

* 이미 핵심 지표가 여러개 있고, 핵심 지표를 달성하기 위한 목표를 각 조직 내에서 실행하고 있었다.

* 추출 요청 시 영업일 1일 안에 데이터가 추출되었다.

* 데이터 전담 조직이 있었다.

* 데이터 이벤트 로그가 설계되어 관리되고 있었다. 

 

하지만 그 '당연한' 환경이 만들어지기까지 조직 내에서 얼마나 많은  노력이 있었다는 것을 <그로스해킹>을 보면서 다시금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. 어떤 지표를 쓸지부터, 파이프라인은 어떻게 만들어야할지, 데이터 요청 작업 프로세스는 어떻게 되어야 하는지 하나부터 열까지 다 정의하는 과정이 필요했습니다. 그때 저희 사수는 조직 내 첫 데이터 분석가셨는데, 다른 조직에서 사수분의 다리를 걱정할 정도로 열심히 뛰어다니셨다는 말을 들었습니다. 

 

 

그로스 조직을 만들 순 없지만

책에서는 그로스 조직을 이렇게 정의합니다. 

'그로스 조직이 되기 위한 최소 요건은 성장 실험을 할 수 있는 멤버를 보유한 팀이라고 생각한다. 1) 실험을 설계하고 2) 실험 환경을 구축하고 3) 실험 결과 데이터를 분석할 수 있는 멤버를 보유한 조직이면 된다.

 

여기에서 한번 더 작아지는 부분이 있습니다. 사용자의 반응을 데이터로  바로 수집할 수 있는 환경에서는 '실험을 설계하는 것'이 가능하고, 빠른 시간 내에 데이터를 활용해 프로덕트를 디벨롭할 수 있었습니다. 반면 현재 있는 조직에서는 '웹 또는 앱'을 통한 실험 설계가 어려웠습니다. 따라서 저자가 언급한 그로스 조직을 만들기는 어렵지 않을까 싶었습니다.

 

하지만 책에서 언급된 '그로스 팀의 업무 범위'의 일부는 우리도 하고 있으며, 발전시킬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. 

  • 핵심 지표 선정 및 관리 :
    매출 외의 핵심 지표를 전사가 공유하고 있습니다. 더 재미있는 지표를 많이 발굴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. 
  • 데이터 파이프라인 설계 및 구축 :
    현재 ERP에서 수동으로 관리하던 데이터를 클라우드 환경에 올려, 필요한 데이터 타입으로 데이터를 불러올 수 있는 구조를 만들고 있습니다.
  • 주제별 데이터 분석 :
    정기 분석 리포튿 있지만, 시기적으로 회사에 필요한 분석을 진행하기도 합니다.
    분석 조직이 더 발전하려면 이러한 '주제별 분석' 을 분석가가 자발적으로 실행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.
  • 데이터 추출 및 분석 요청 대응 :
    분석 요청이 들어올 경우, 각 부서와의 미팅을 통해 유저 니즈를 파악하여 분석을 진행하고 있습니다. 다만 필요한 분석을 좀더 빨리 대응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할 듯합니다.
  • 데이터 기반으로 일하는 문화 만들기 :
    다행인 점은 회사의 리더급에서 '데이터' 중요성을 인지하고 전파하려는 모습을 보인다는 점입니다. 하지만 아직 데이터 조직에서 만든 분석 결과가 '전 조직'에 흐르려면 책에서 말하는 교육이나 협업 사례가 더 많아져야한다고 생각했습니다.

 

 

마치며

이번 <그로스 해킹> 리딩은 현재 환경에서의 '한계'와 '가능성'을 동시에 본 경험이었습니다.

이전에 한 스터디 모임에서 저에게 조언을 주신 이야기가 기억에 남는데요.

어떤 상황이든 '제약 내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최대치를 하면 된다'라는 것이었습니다.

 

3주 동안의 시간은 <그로스 해킹>에 있는 모든 내용을 현장에서 바로 적용하기 어렵더라도, 다른 관점으로 적용해볼 가능성을 발견해서 뜻깊은 시간이었습니다. 각자만의 환경에서 최선을 다하시는 데이터 분석가들, 데이터 조직에 계시는 분들께 진심어린 존경과 응원을 담으며 마무리하겠습니다.

 

감사합니다.